영어영문과 면접 준비할 때 읽으면 좋은 책 딱 한 권

 

 수시 시즌에 영어영문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면접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데 제가 추천해 줄 책은 이 책 한 권밖에 없어요..ㅎ (영어통번역학과는 솔직히 그냥 영어만 잘하면 됩니다.)

 

『An Introduction to Language』

by Victoria Fromkin, Robert Rodman, Nina Hyams

(앞 두 분은 돌아가심.)

 

 영어영문과는 [영어학] + [영문학]을 공부하는 학과인데, 영문학은 말 그대로 문학, 영미권의 시, 소설, 수필 등 문학 작품을 공부하는 학문이고, 영어학은 언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지식을 배우는 학문인 언어학에서 연구할 개별 언어로서 영어를 선택한 것입니다. 아예 다른 학문을 한 데 묶어놓은 것이죠.

 

 사실 영문학은 고1 때부터 짬짬이 영문학과 입시를 준비하며 여러 작품들을 진실로 읽어본 게 아닌 이상, 어설프게 한 달 만에 작가 이름과 제목만 외워서 다 읽어본 척 교수 앞에서 name-dropping을 하다간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문학은 고등학생이 있어 보이는 이름을 대며 아는 척을 해도 교수들 눈에는 다 같잖아 보일 수밖에 없어요. 차라리 "문학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걸 영어로 즐길 수 있다면 너무 멋있을 것 같아요!!" 이런 순수한 구애가 훨씬 더 잘 먹힐지도 몰라요.

 

 영어학은 얘기가 좀 다를 수 있어요. 지식보다는 문학적 감성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는 문학과 달리, 어학에는 학적 토론을 위한 기본적인 지식들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 따위의 언어 분석 수준을 개략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각각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그걸 단 한 권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책은? 역시 개론서밖에 없고, 그중 하나가 An Introduction to Language (일명 인투랭)이에요. 내신/수능 준비로 바쁜 학생들이 음운론 기본서나 통사론 기본서까지 챙겨보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고, 이 인투랭 정도만 읽어 가도 훌륭한 일일 거예요.

 

 

 

 

 

 대학교 1학년 때 읽은 책을 이제 와서 꺼내는 이유는, 이 책에 나오는 예시들이 아직도 영어영문과 학부 및 대학원 면접의 질문으로 쓰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이 책에서 grammaticality라는 개념을 논하기 위해 예로 드는 "Colorless green ideas sleep furiously."라는 Chomsky의 문장을 던져주고 이 문장을 보니 뭐가 떠오르냐고 면접에서 물었다는 얘기를 내 학생에게서만 5명에게서 들었습니다. 모두 다른 학교였지만 질문을 한 교수들의 의도는 간단해요. '개론서는 조금이라도 읽어왔나?', '이 문장이 낯익으려나?' 정도를 확인해 보는 거예요. 5명의 학생들 중 1명은 의미론에 좀 더 초점을 둔 살짝 핀트가 어긋나는 답변을 했고, 다른 1명은 "이거 제가 읽은 영어학 개론서에서 본 유명한 문장인데 정확히 무슨 포인트를 지적하는 문장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솔직히 답했는데, 두 학생 모두 흡족한 표정으로 끄덕이는 교수의 표정을 봤고 최종 합격했어요.

 

 원서로는 벌써 11판까지 나왔는데 10판을 추천하는 이유는, 한국어판으로 번역된 게 10판이 최신간이고 번역도 꽤 괜찮습니다. (자기는 원서로 읽었다고 떠들어대는데 까보니 절반도 이해 못 한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시간이 없어서 원서를 읽을 수 없는 학생들은 한국어판이라도 빠르게 읽으면 되겠어요. 한국어판의 제목은 『현대영어학개론』입니다.